배틀로봇 D - 150
군생활이 끝난 후 3월, 벚꽃이 피고 차디찬 한기대로 다시 발을 들였을 때는 이전과는 느낌이 달랐다. Koreatech을 1학년에 발을 들였을 때에는 코로나 시기였기에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나는 당연하게도 흘러가듯 살았다. 그렇게 살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조금 더 놀걸, 조금 더 즐겁게 놀아볼 걸 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3월에 학교에 들어오고, ‘로봇사랑’이라는 동아리에 발을 들였다. 나는 Embedded SW에 관심이 있었기에, 그쪽 진로에 대해서 더욱 생각해보며 아두이노 키트를 검색하고, 구매도 했다. 경제학 서적도 읽어보고, 한국의 정치와 시사 상식에 대해서도 ‘언젠가 쓰이겠지’ 하며 읽으며 관심이 없는 철학적 내용도 머리 속에 집어넣었다.
큰 일을 위해선 작은 일을 밟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20년도, 1학년 때 제대로 된 초식을 진행하지 않았다. 그런 인간이, 2학년이 되어서 제대로 된 무언가를 수행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이번 년도에는 대회에 출전해 입상을 해보리라, 라는 압박감과 동시에 나 자신에게 사명이 주어졌다. 열심히 하면 뭔들 못하겠노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배틀로봇 대회의 일정이 나왔을 때에는 살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작은 로봇을 움직여서 싸우는 대회, 로봇이 454g도 체 되지 않지만, ‘내가 그것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은 나를 더 작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목표도 찾지 못한 채 무언가에 쫓기듯 뛰기 시작했다.
배틀로봇 D - 120
배틀로봇 팀이 구성되었고, 팀장 직을 맡았다.
처음으로 난관에 봉착했던 건 시작 그 자체였다. 가장 먼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아래와 같았다.
1. 어떤 공격 방식을 채택할 것인가?
2. 어떤 디자인을 채택할 것인가?
3. 무게는 어떻게 맞출 것인가?
4. 부품은 어떤걸 선정할 것인가?
우리 넷은, 회의하기 위해 모여 천천히 경기 영상들을 둘러보며 브레인스토밍하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화이트보드에 개략적 디자인을 그리고, 우리 나름대로 물리적인 상상을 더했다.
실제로 로봇을 만들어 보는 일은 처음이었다. 개활지에 놓여진 듯 한 우리는 상상력을 더해 만들기 시작했다.
1. 공격 방식은 어떤 방식을 채택할 것인가?
배틀로봇의 공격 방식으로는 여러가지가 있다.
공격 방식
- 수평 회전체 무기형
- 수직 회전체 무기형
- 수직 회전 드럼형
- 몸체 회전형
- 크러셔형
- 리프터형
- 해머/도끼형
- 회전톱형
- 무기 교체형
- 멀티봇형
- 복합형 및 기타
___이렇게 처음 본다면 “어라, 공격 방식이 많은데?”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나, 454g(Ant급) 이라는 한계점이 걸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용 불가 : 크러셔형
유압 펌프를 달고 나와야 하나, 무게적 한계와 최근 재료의 내구성 상승으로 인해 타격은 줄고, 유효한 타격을 제대로 주지 못함.
사용 불가 : 해머/도끼형
해머, 도끼는 위에서 내려찍어야 가장 강함. 그러나, 물체가 퍼텐셜 에너지를 많이 가지기 위해선 높은 질량과 높이가 필요하다.
여기서 역설적인 문제점이 발생하게 되는데, 해머가 무거우면 몸체가 가벼워져 버티지 못한다., 반대로, 해머가 가벼우면 힘이 약해서 상대를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없다. 라는 결과에 이르렀다.
부적합 : 회전톱형
회전 톱을 손 대신에 달고 나가는 것이나, 상대가 잡히지 않거나 제대로 타격지점을 줄 수 없는 형태, 혹은 자신이 타격을 잘못 당하면 그대로 무기가 정지해 버리는 굉장히 약한 공격 방식이라고 판단했다.
부적합 : 무기 교체형/ 멀티봇형/ 복합형 및 기타
무기를 교체한다는 개념은 당연히 효율성이 떨어지고, 454g 내에서는 불가능한 내용이었다. 추가적으로, 멀티봇 역시 454g로 두 개의 로봇을 만들면 사실상 상대를 타격할 수 있을 수준의 구조를 제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남은 건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회전체 무기형, 리프터형, 회전형
이 중에서도 우리는 수직 회전체 무기를 달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선정 이유 1. : 효율성
무기는 간결하고 효율적이여야 한다. 아니, 사실 무기가 아니더라도 모든 제작품에 해당되는 내용이긴 하다.
배틀로봇에서 수직 회전체는 가장 많이 사용되먼서, 동시에 적폐라고도 불리는 공격 방식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 톱날을 짧고 두껍게 만들어 RPM을 증강시킨다. (효율성 상승)
- 톱날이 짧아 몸체부에 더 많은 무게를 증강시킬 수 있다. (내구성 상승)
- 타격과 동시에 상대 로봇을 날려보낼 수 있고, 동시에 자신은 지면 방향으로 반동을 흡수할 수 있다. (전투력 증강)
- 안정적이고 방어력도 우수하다. (위의 장점 총 정리.)
선정 이유 2. : 전략적 분석
배틀로봇 대회에 출전한 대회 이력을 살펴보면, 수평 블레이드와 드럼 형태, 그리고 우리와 동일한 수직 블레이드 종류인 3가지 종류가 대부분 출전하였다.
(화염방사기, 등 인명 피해 우려 공격은 대회 규정상 금지)
따라서, 이 점에서 우리는 세 가지 종류에 대해 Counter Attack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그 분석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건 정상 작동하는 수직 블레이드였다. 우려되는 사안이 공격을 받아 서로 튕겨져 나갔을 때, 우리 로봇이 더 튼튼해서 내구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이거보다 나은 방향이 없다고 판단하여 이대로 출전.
회전형 블레이드에서 톱날을 짧게하여 상대의 공격을 받아칠 수 있을만한 디자인 구상 요소
- 참고한 디자인

(출처: 배틀로봇 제작소 카페)
위 내용을 바탕으로 Solidworks를 통해 현실적으로 구현 가능한 부분을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Solidworks를 이용하여 통짜로 (파츠를 쪼개 Assembly하는 방식이 아니라 초안 디자인)
- 초안 디자인

생각보다 별 것 없었다. 보스 베이스, 돌출, 컷 몇 번만 하면 금방 만들 수 있는 수준의 디자인이었다. 그러나 이 형상을 생각해내고 제작하는 과정까지가 거의 한 달이 걸렸다. (맨 땅에서 크레파스를 쥐고 시작한 느낌이랄까.)
배틀로봇 D - 105
교내 하드웨어 Solidworks 수업을 진행하시고 실력이 짱짱하신 천교수님께 찾아뵈어 거의 2주일 간격으로 계속해 Feedback을 받았다. 5차쯤까지 가던 초안본은 이내 엎어지고 말았다. 우리가 그래도 자랑스럽게 내밀었던 솔리드웍스 파일을 교수님께서는 치수를 한번 틱, 재보시더니 바로 “에이, 이거 안돼요.”를 시전하셨다.
- 알루미늄과 티타늄을 소재로 이걸 만들면, 크기가 너무 작아진다. 크기가 작아지는건 장점으로 볼 수 있으나, 벽의 두께가 너무나도 작아진다. 이는 보강대로 해결할 수는 있지만, 이 알루미늄을 사용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버려라.
우리는 사실, 타 팀이 3D Printer을 사용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사용하고 싶지 않았던 것도 있고, 더 단단하게 나가 꼭 우승을 해보고 싶었다. 그 점에서 우리는 몸체를 알루미늄으로, 무기는 티타늄으로 가고 싶었다.
- 금액적 여유가 없다. 이 금액으로는 만들 수 없다. 추가적 지원을 받아오는 것이 아니라면, 어려워 보인다.
사실이었다. 로봇사랑 동아리에서 지원해주는 금액은 30만원 남짓이었는데, 우리는 이 한도 내에서 해결해야 했다. 실제로, 학교에서 3D Printer을 무료로 사용해 뽑은 필라멘트 값만 3만원어치가 넘어갔고, 우리는 회식을 하지도 못했다. 돈이 넘어갔으나, 팀장이었던 내가 감당해야 할 무게라고 생각하고 눈물을 머금고 지불했다.
- 취약한 요소들이 너무 많다. 당장 말했던 벽도 문제고, 전투 할 무기가 너무 짧아보인다. 바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천장은 덮지 않는 것인가?
우리는 팩트로 폭격을 당해 괜찮은 척을 했지만 울 뻔 했다. 우리의 야심찬 배틀로봇이 이런 취급을 받다니..
하지만 이런 감사한 조언과, 교수님께서 모멘트에 대한 강의를 해주시고 판금 설계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었다. 솔리드웍스에서 판금 설계를 실시하고, 구멍을 중간에 뚫고, 보강대를 세우는 내용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사실, 이전 재료역학이나 물리를 배울 때 보강대가 정말 싫었다. 재료가 넘쳐나는 21세기에 꼭 저런 부러지기 쉬운 걸 써야 할까?
그 무지한 발언을 주워담을 수 있다면 막 주워담고 싶었다.
배틀로봇 D - 90
7월, 정규학기가 끝나고 모두가 배틀로봇에 몰입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배틀로봇 초안을 완성시키고, 이때까지 하드웨어에 모든 ALL-IN을 하였다.
동시에, 이 시기에 부품을 주문하기로 했다. 즉, 내부 부품에 대한 공부가 끝났을 시기였다.
이제, 실제로 뽑아보고 제작하며 시행 착오를 겪을 차례였다.
하드웨어를 제대로 뽑아낼 수 없으면 어떤 결과물도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움직일 수 없는 부품들의 집합은 그냥 제어기에 불과한다고 생각했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출신이신 천교수님께 찾아가 2주 단위로 계속해서 수정을 받아 온 상태였고,
결과적으로는 OK 사인이 떨어져 출력할 수 있게 되었다.
초안과 달라졌던 내용은 아래와 같다.
- 부품 소재의 변경 부품 소재를 알루미늄에서 3D Printing으로 변경하였다.
무게가 200g 이상 확보가 되었고, 기존 크기에서 훨씬 늘려 안에 재료를 비치했다. 반대로, 무기는 티타늄에서 알루미늄으로 변경하였다. (학교 다담창의센터 활용)
- 디자인의 변경 내부에 보강대를 세웠다. 불필요한 무게를 줄이고, 더 많은 무게를 중심을 구해 해결해 나갔다. 무게 중심점을 엉덩이 쪽으로 변경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 바퀴의 변경 바퀴를 스펀지 타이어로 Fix했다.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으며, 타격에도 방어력이 높다. 날아갔을 때의 충격을 흡수하는 수준도 좋았기에, 왠만한 고무 타이어보다는 이게 나은 선택지였다. 장거리 주행이 아닌, 타격용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선택이었다.
이 때까지 각 부품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유튜브를 찾아보고, 이미지로 작성해 나가며 이해해 나갔다. (이를 학기 과정에서 수행하니 죽을 맛이었다.)
그렇게 만들어낸 구매 리스트는 아래에 있다.

구매 리스트를 만들고, 부품이 배달이 오자 하나 둘 조립을 하기 시작했다.
상태 확인을 위한 과정을 따로 거치지 않았는데, 예비 부품을 하나 더 시켰기 때문이다.
내가 후회하는 순간 중 하나다. 부품의 관리와 이해도가 있어야만 한다는 점이 이 점에서 느꼈다.
구매 리스트를 만들고, 하나 둘 조립을 하기 전 문득 두려움에 빠졌다.
선은 학교에 있는 빵판용 선들을 가져왔고, 하나 둘 납땜하며 조립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도 되나?’ 가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다행인건, 배틀로봇 카페 선배님들은 아주 친절하게도 답변해 주셨다.

처음 걸어보는 길은 너무나도 두려웠다. 누군가 이끌어주는 길이 아니었기에 더더욱 힘들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열심히 뚝딱거려 초기에 도착한 물품들을 다 연결시켰다. 배터리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이 과정에서 거의 30일 가량이 소모되었다. (학교에서 거주하지 않았기에, 학교까지 왔다갔다 하는 게 쉽지 않았다.)

짠!
조촐해보이지만 우리에겐 거대한 도약이었다.
모터를 달고, 수신기를 달고, 확인을 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감전되지 않도록 테이프로 붙여놓은건 좀 짜쳤다.)
이때가 약 60일이 남았을 시점이었다. 2편에서 이어서 대회 나갔던 날까지의 일과들을 보여주겠다.
1편 끝 :)